【칼럼】수선화 이야기

기사입력 2019.04.12 07:29
댓글 0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기사내용 프린트
  • 기사 스크랩
  • 기사 내용 글자 크게
  • 기사 내용 글자 작게

수선화111.jpg

칼럼수선화 이야기

 

요즘 활짝 핀 노오란 수선화가 담벼락 밑에 수줍은 모습이다. 온 동네가 온통 수선화 물결이다.

수선화의 속명은 나르키소스(Narcissus).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인물의 이름이다. 나르키소스는 연못 속에 비친 자기 얼굴의 아름다움에 반해서 결국 물속에 빠져 죽었고 그곳에서 수선화가 피었다고 전해진다.

그래서 수선화의 꽃말은 나르키소스라는 미소년의 전설에 따라 '자기주의(自己主義)' 또는 '자기사랑(自己愛)'를 뜻하는 의미로 이름 붙여졌다.

수선화는 즉 자기도취의 꽃이다. 아름다운 얼굴을 가진 청년 나르키소스가 죽은 자리에서 피어나 붙여진 이름이다. 왕의 아들이면서 용모까지 수려한 나르키소스는 부족할 게 없는 젊은이였다. 숱한 요정들이 그의 아름다움에 반해 가슴앓이를 했다. 하지만 나르키소스는 어느 누구에게도 마음을 주지 않았다. 그를 연모하다 시름시름 메아리로 사라진 에코에게도 매정하기가 이를 데 없었다. 그의 냉정함과 오만함에 질린 요정들이 기도를 올렸다. 그도 짝사랑의 아픔을 겪게 해 달라고~~~.복수의 여신 네메시스가 나섰다. 어느 날 숲길을 거닐다 갈증을 느낀 나르키소스가 샘가에 이르렀다. 물을 마시려고 몸을 숙인 순간 그는 수면 위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아름다운 청년을 발견했다. 그를 샘의 요정으로 생각한 나르키소스는 그날 이후 샘가를 떠나지 못했다. 식음을 전폐하고 수면에 비친 요정만 바라보며 나날이 야위어 가던 나르키소스는 결국 샘가에서 말라 죽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거기에 가련한 꽃 한 송이가 피어났으니 그 꽃이 다름 아닌 수선화라는 것이다. 암튼 수선화에 대한 이야기는 이렇게 전해진다.

이런 탓일까? 수선화는 줄기를 곧게 세우지 못하고 자신 속으로 파고드는 것 같은 모습이 애처롭기까지 하다. 작달만한 키에 아래로 수그린 꽃봉오리가 수줍고 겸손해 보인다.자신의 모습만 바라보다 죽어간 나르키소스의 이름을 딴 수선화, 자신에 대한 사랑이 깊어서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없었다는 나르키소스. 자신에 대한 사랑이 문제였을까, 자신을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순 없는 일이다. 자신감과 자존감, 명예심은 모두 자기애에서 싹트는 것들이다문제는 절제되지 못한 사랑이다. 지나친 사랑은 집착이 되고 집착은 닫힌 마음으로 변질된다. 더구나 나르키소스의 사랑은 타인이 아닌 자신을 향한 자기애다.

이러한 나르키소스는 지금도 거리에서, 버스와 지하철에서, 심지어는 가족모임에서도 볼 수 있다. 수면에 비친 자신의 모습만 바라보던 나르키소스처럼 어른 아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손에 쥔 휴대폰 액정화면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화면을 주시하느라 주변의 다른 소리를 듣지 못한다. 다른 사람의 얼굴조차 살필 겨를이 없다. 에코의 간절한 목소리에 귀를 닫고 주변 요정들의 애끓는 마음에 관심조차 가져본 바 없던 나르키소스와 다를 바 없다.

 이런 사람들에게서 세상에 대한 관심이나 타인에 대한 배려의 마음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샘가를 떠나지 못했던 나르키소스처럼 그들은 휴대폰이나 컴퓨터의 세계를 벗어나지 못한다.

자신의 일상과 자신의 모습을 찍어 SNS에 올리는 사람들, 자기도취의 나르시시즘과 다를 게 없다. 나르키소스의 비극은 옹졸한 자기애의 닫힌 마음이 만들어낸 것이다. 온 산야가 생명의 에너지로 꿈틀거리는 이 계절, 자신을 열심히 사랑하고 그보다도 더 큰 사랑으로 나가야 한다는 수선화의 꽃말의 교훈이 새삼 엄숙하게 다가온다.

 

 

 

[충청뉴스랜드 ccnewsland.co… 기자 ccnewsland@naver.com]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저작권자ⓒ충청뉴스랜드 & ssmirae.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댓글0
이름
비밀번호
 
 
신문사소개 | 광고안내 | 제휴·광고문의 | 기사제보 | 다이렉트결제 | 고객센터 | 저작권정책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 | 독자권익보호위원회 | 이메일주소무단수집거부 | RSS top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